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6년, 두 세력은 다시 가까워지기 위한 관계 리셋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협상 테이블을 두고 영국과 EU는 서로 다른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영국과 EU, 무엇이 갈등을 만드는가
영국과 EU의 긴장은 브렉시트가 남긴 관계의 모호함에서 출발합니다. 2024년 출범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유럽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복원하겠다며 관계 리셋을 내걸었습니다. 2025년 첫 정상회담에서 안보·방위 협정이 타결되었고, 2026년에는 무역협력협정의 이행 재검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전은 더디게 이어집니다. 영국은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이동의 자유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레드라인을 고수합니다. EU는 회원국이 아닌 나라가 이익만 골라 가질 수는 없다는 체리피킹 거부 원칙을 지킵니다. 두 원칙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가까워지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한 걸음씩만 나아갑니다.
미러 이미징 — 상대를 거울로 보는 착각
미러 이미징은 상대도 나처럼 생각하리라 가정하는 인지적 편향입니다. 영국은 EU가 결국 실용적 이익을 좇아 유연하게 양보하리라 기대합니다. EU는 영국이 결국 자신의 규칙과 질서를 받아들이리라 기대합니다. 양측 모두 자신의 셈법을 상대에게 투영합니다.
그래서 한쪽의 합리적 요구가 다른 쪽에는 무리한 떼쓰기로 비칩니다. 가까워지는 모든 한 걸음을 서로가 제로섬으로 계산하는 한, 신뢰는 좀처럼 쌓이지 않습니다.
필자가 보기에 영국과 EU의 교착은 이익의 충돌이기 이전에, 협력을 손익이라는 같은 거울로만 비추는 데서 비롯됩니다.
타자(Allo)를 인식의 중심(centrum)에 두는 사고방식입니다. 미러 이미징의 반대 개념으로, 상대를 상대의 언어와 논리로 이해할 때 비로소 협력이 가능해집니다.
알로센트리즘 — 상대의 눈으로 세상 보기
알로센트리즘은 세계의 중심을 나에서 상대로 옮기는 인지적 전환입니다. 영국이 EU의 단일시장 통합성 논리를 그 내적 필요로 이해하고, EU가 영국의 주권 회복 감수성을 그 정치적 맥락으로 이해할 때, 두 세력은 비로소 같은 언어로 대화하게 됩니다.
변화한 세계가 이 전환을 재촉합니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미국의 불확실한 태도 앞에서, 영국과 EU는 더 이상 서로를 떼어 둘 여유가 없습니다. 같은 나토 안에서도 동맹국이 거울에 갇히는 모습은 그리스 vs 튀르키예 편에서도 살펴본 바 있습니다.
협력의 가능성과 반론
실제로 안보·방위 협정과 에라스무스 재가입, 농식품·배출권 분야의 협상은 양측이 공동의 이익을 상대의 언어로 풀어낸 알로센트리즘의 사례입니다. 거울을 바꾸면 닫혔던 문이 조금씩 열립니다.
다만 반론도 분명합니다. 영국과 EU의 레드라인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각자의 국내 정치와 실질 이익이 빚어낸 산물입니다. 인식의 전환만으로 모든 간극이 메워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는 일은, 타협의 출발선을 어디에 그을지 정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결론
영국과 EU의 리셋은 두 세력이 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입니다. 협력의 가능성은 상대를 나의 복사본이 아니라 다른 논리를 가진 주체로 마주할 때 열립니다. 다음 글에서는 EU의 두 엔진인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를 어떻게 오해하는지를 같은 렌즈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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