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도 포성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활절과 전승절을 맞아 단기 휴전이 선언되었으나, 양측은 곧바로 서로가 먼저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같은 전쟁을 두고 두 나라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로센트리즘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엇이 갈등을 만드는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본격화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역사적 러시아의 일부로 규정하며, 키이우를 슬라브 문명의 발원지로 여겨 왔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수백 년에 걸친 독립적 언어와 문화를 근거로 자국을 명백한 주권 국가로 규정합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전면 침공은 이 간극을 전쟁으로 폭발시켰습니다. 2026년 들어 4월과 5월에 단기 휴전이 시도되었으나, 모두 포괄적 평화가 아니라 일시적 인도적 중단에 그쳤습니다. 같은 지도를 보면서 전혀 다른 국경선을 읽는 두 나라, 이것이 이 전쟁의 본질입니다.
미러 이미징 — 상대를 거울로 보는 착각
미러 이미징은 상대도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리라 가정하는 인지적 편향입니다. 러시아는 안보 위협에 강하게 반응하는 자국의 논리를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그대로 투사합니다. NATO의 동진을 자국 국경에 겨눈 칼로 읽으며, 상대도 같은 위협 인식을 공유하리라 기대합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주권 국가의 동맹 선택권을 보편적 상식으로 여깁니다. 그 상식을 거부하는 러시아를 비합리적 제국으로 단정합니다. 두 진영 모두 자신의 거울에 비친 상을 상대의 진심으로 오인합니다.
필자 역시 이 전쟁을 선과 악의 단순한 대결로만 보았으나, 미러 이미징의 렌즈를 대자 양측이 각자의 두려움 속에서 일관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알로센트리즘(Allocentrism)이란?
'타자(Allo)'를 인식의 '중심(centrum)'에 두는 사고방식입니다.
미러 이미징의 반대 개념으로, 상대를 상대의 언어와 논리로
이해할 때 비로소 협력이 가능해집니다.
알로센트리즘 — 상대의 눈으로 세상 보기
알로센트리즘은 세계의 중심을 나에서 상대로 이동시키는 인지적 전환입니다. 러시아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제국의 야욕이라는 한 단어를 넘어, 냉전 이후 누적된 안보 불안과 포위 공포를 그들의 언어로 읽어야 합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을 단순한 서방의 대리전이 아니라, 식민 지배의 기억에서 비롯된 생존의 의지로 읽어야 합니다.
이는 어느 한쪽을 정당화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협상의 실마리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찾기 위한 전제입니다. 두 개념의 기본 원리는 앞선 이론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협력의 가능성과 반론
2026년의 단기 휴전들은 비록 깨졌지만, 포로 교환이라는 신뢰 구축 조치가 동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합의의 축적이 알로센트리즘의 출발점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침략국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곧 면죄부가 된다는 비판입니다. 그러나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과 상대에게 동의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상대의 진짜 동기를 모르는 협상이야말로 가장 위험합니다.
결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미러 이미징이 어떻게 비극을 키우는지 보여 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입니다. 종전의 첫걸음은 무기가 아니라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렌즈로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을 분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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