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vs 로컬 백업, 진짜 축
백업 이야기가 나오면 질문은 늘 같은 모양으로 굳습니다. 클라우드에 맡길 것인지 외장 디스크에 둘 것인지를 먼저 묻습니다. 한쪽은 남의 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손에 쥔 물건이 더 잘 깨진다고 합니다. 두 진영은 서로를 설득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를 오래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축이 잘못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백업을 실제로 무너뜨린 사건들을 늘어놓고 보면 클라우드와 로컬은 서로 다른 칸을 막고 있으며, 가장 악질적인 사고 하나는 두 칸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백업 논쟁은 상대가 나와 같은 재난을 걱정한다고 가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두 렌즈의 정의는 핵심이론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두 백업이 막는 재난은 겹치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백업이 막아 주는 것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재난입니다. 집에 불이 납니다. 방이 물에 잠깁니다. 가방째 도난당합니다. 노트북이 그냥 켜지지 않습니다. 이 네 가지는 데이터가 그 장소에 하나만 있을 때 동시에 사라지는 사건이며, 사본이 다른 나라의 데이터센터에 있으면 어느 것도 원본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로컬 백업이 막아 주는 것은 계정에서 벌어지는 재난입니다. 계정이 잠깁니다. 서비스가 문을 닫습니다. 카드가 만료돼 요금이 밀립니다. 요금제가 바뀌어 내보내기가 불편해집니다. 이 네 가지는 파일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내가 접근하지 못하는 사건이며, 뽑아 둔 외장 디스크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겹치는 칸은 하나뿐입니다. 실수로 지운 파일입니다. 클라우드의 휴지통과 버전 보존 기능이 이것을 막고, 어제 돌려 둔 로컬 백업도 이것을 막습니다. 두 방식이 같은 일을 하는 구간은 사실상 이 한 칸입니다. 나머지 여덟 칸에서 둘은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보험입니다.
디스크 한 벌은 생각보다 자주 죽습니다
로컬 백업을 택한 쪽이 가장 자주 과소평가하는 수치가 디스크 고장률입니다. 백블레이즈는 2026년 1분기에 자사 데이터센터의 하드디스크 345,662대를 관측했고, 부팅용과 예외를 뺀 341,263대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간의 드라이브 가동 일수는 30,203,180일이었고 고장은 1,030건이었습니다. 회사는 분기 연환산 고장률을 1.24퍼센트, 수명 기준 고장률을 1.39퍼센트로 발표했습니다.
수명 기준 1.39퍼센트를 해마다 같다고 놓고 5년을 계산하면 디스크 한 대가 그 안에 한 번이라도 고장 날 확률은 6.76퍼센트입니다. 1,000명 중 68명입니다. 같은 파일을 디스크 두 대에 나눠 두면 둘이 모두 죽어야 자료가 사라지므로 확률은 0.46퍼센트로 떨어집니다. 세 대면 0.03퍼센트입니다. 대수를 하나 늘릴 때마다 위험이 십수 분의 일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 계산에는 두 가지 단순화가 들어 있습니다. 고장률이 해마다 일정하다고 본 것이 하나이고, 디스크끼리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 것이 둘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시기에 산 같은 모델을 한 방에 두면 고장이 함께 몰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실의 숫자는 이 계산보다 나쁩니다. 기억할 점은 정확한 소수점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사본을 한 벌만 두는 선택은 백업을 한 것이 아니라 백업을 한 셈 치는 것입니다.
서로를 향한 불신은 자기 재난의 투사입니다
클라우드를 쓰는 사람은 로컬을 쓰는 사람을 언젠가 디스크 하나 깨지면 십 년치를 한 번에 잃을 사람으로 봅니다. 로컬을 쓰는 사람은 클라우드를 쓰는 사람을 남의 컴퓨터에 인생을 올려 두고 약관이 바뀌기만 기다리는 사람으로 봅니다. 두 평가는 모두 상대를 자기가 무서워하는 재난 속에 집어넣어 본 결과입니다.
이것이 미러 이미징입니다. 내가 대비한 위험이 상대에게도 가장 큰 위험일 것이라는 가정은, 상대가 전혀 다른 위험을 겪어 봤을 가능성을 지웁니다. 화재로 앨범을 잃은 사람과 계정 정지로 원고를 잃은 사람은 같은 사건을 겪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선택을 어리석다고 부를 때, 실제로 부딪치는 것은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사고 기록입니다.
소유와 이용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같은 종류의 불신이 소프트웨어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구도는 구독과 영구 라이선스를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진짜 축은 연결이냐 분리냐입니다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이 펴낸 랜섬웨어 대응 가이드는 백업의 조건을 장소가 아니라 연결 상태로 규정합니다. 가이드는 핵심 자료의 백업을 오프라인 상태로 암호화해 유지하고 복구 상황을 가정해 가용성과 무결성을 정기적으로 시험하라고 권고합니다. 이어지는 문장이 이유를 밝힙니다. 다수의 랜섬웨어 변종이 접근 가능한 백업을 찾아내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려 시도하며, 그래야 몸값을 내지 않고는 복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앞의 논쟁이 다시 배치됩니다. 상시 켜져 자동 동기화되는 클라우드 폴더는 연결된 백업입니다. 지운 파일이 사본에서도 지워집니다. 컴퓨터에 꽂아 둔 채로 스케줄만 돌리는 외장 디스크도 연결된 백업입니다. 랜섬웨어가 드라이브 문자를 훑을 때 같이 잡힙니다. 반대로 작업이 끝나면 뽑아 서랍에 넣는 디스크, 그리고 이전 버전을 별도 보존해 두는 클라우드 계정은 분리된 백업 쪽에 가깝습니다.
즉 클라우드와 로컬은 어느 쪽도 그 자체로 랜섬웨어를 막지 못합니다. 막는 것은 연결을 끊어 두는 습관과 버전을 남기는 설정입니다. 가이드가 백업 절차를 정기적으로 시험하라고 따로 적어 둔 이유도 같습니다. 복원해 본 적 없는 백업은 백업이 아니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가정입니다.
결론
클라우드와 로컬은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하나는 장소가 무너질 때를 막고 다른 하나는 계정이 막힐 때를 막습니다. 두 재난은 같은 날 오지 않으므로, 둘 중 하나만 고르는 선택은 대비하지 않은 절반을 남겨 둡니다. 상대 진영을 비웃는 시간은 대체로 그 절반을 채우는 데 쓰였어야 할 시간입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가진 사본이 몇 벌인지 세어 봅니다. 한 벌이면 5년 안에 전부 잃을 확률이 6.76퍼센트입니다. 둘째, 그 사본 중 평소 연결이 끊겨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아무 파일이나 하나 골라 실제로 복원해 봅니다. 세 번째를 해 본 적이 없다면 앞의 두 가지는 아직 숫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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