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C vs 독자 단자, 167배
케이블 하나로 폰과 노트북을 함께 충전하는 일이 당연해졌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까지 기기마다 자기만의 단자를 달고 나오던 것도 사실입니다. 흔한 설명은 표준이 이기고 고집이 졌다는 것입니다.
그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독자 단자가 무엇을 지키려 했고, 표준 단자가 그 자리에 무엇을 대신 세웠는지를 보면, 이 일은 승패라기보다 한 가지 약속이 다른 약속으로 바뀐 일에 가깝습니다. 유럽연합의 지침과 USB 규격 문서에 그 교환의 값이 숫자로 적혀 있습니다.
법이 정한 날짜, 2024년 12월 2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공통 충전기 안내는 2024년 12월 28일부터 휴대전화와 태블릿과 디지털카메라와 헤드폰과 헤드셋과 휴대용 게임기와 휴대용 스피커와 전자책 리더와 키보드와 마우스와 휴대용 내비게이션과 이어버드에 규칙이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12개 품목입니다. 노트북은 2026년 4월 28일부터입니다. 근거 법령은 지침 2022/2380입니다.
같은 안내는 이유도 숫자로 적었습니다. 버려지거나 쓰이지 않는 충전기가 해마다 약 11,000톤의 전자 폐기물이 되고, 소비자는 불필요한 충전기 구입에 해마다 약 2억 5천만 유로를 쓴다는 것입니다. 집행위원회의 다른 문서는 이 지침으로 줄어드는 폐기물을 해마다 980톤으로 추산했습니다.
단자만 정한 것이 아닙니다. 제조사는 충전 특성을 그림과 글로 표시해야 하고, 기기를 충전기 없이 팔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두 조항이 뒤에서 다시 나옵니다.
미러 이미징 - 서로를 자기 약속으로 잽니다
표준을 반기는 쪽이 독자 단자를 두고 하는 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소비자를 자기 액세서리에 가두려는 장사다, 케이블 하나를 더 사게 만들려는 수작이라는 것입니다.
독자 단자를 쓰던 쪽의 말도 정해져 있습니다. 표준으로 바꾼 뒤 케이블이 더 헷갈린다, 같은 구멍인데 어떤 것은 충전만 되고 어떤 것은 화면까지 나가니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두 말 모두 상대가 자기와 같은 약속을 하려 했다고 가정합니다. 한쪽은 모양이 통일되면 끝이라고 보고, 다른 쪽은 모양이 능력을 보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는 약속이 다르니 같은 단자를 두고 정반대의 평가가 나옵니다.
독자 단자와 USB-C를 가른 것은 고집과 개방이 아니라, 모양이 능력을 약속하게 둘지 모양을 통일하고 능력은 따로 표시하게 할지에 대한 선택입니다. 두 렌즈의 정의는 핵심이론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알로센트리즘 - 모양의 약속과 표시의 약속
독자 단자가 지키려 한 값은 모양이 곧 능력이라는 약속입니다. 자기 단자에 맞는 케이블은 자기가 정한 속도와 전력을 냅니다. 액세서리를 제조사가 인증하니 구멍에 맞으면 되는 것이고, 되는 것은 전부 됩니다. 그 대가로 기기를 바꾸면 케이블도 바꿔야 했고, 그 케이블이 유럽연합이 센 11,000톤의 일부가 됐습니다.
USB-C가 지키려 한 값은 모양 하나로 전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양 뒤에 얹히는 능력의 폭이 큽니다. USB 프로모터 그룹이 2021년 5월 26일에 발표한 전력 규격 3.1은 최대 전력을 240W로 올렸습니다. 그 전까지는 20V에 5A 케이블로 100W가 상한이었고, 새 규격은 28V와 36V와 48V를 더해 그 위를 열었습니다. 240W를 흘리려면 그에 맞는 케이블 규격이 따로 필요하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속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단체가 2022년 9월 1일에 발표한 USB4 2.0 규격은 최대 80Gbps를 밝히면서, 기존 40Gbps 패시브 케이블로도 동작하고 USB 2.0과 USB 3.2와 USB4 1.0에 하위 호환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USB-C 구멍 하나 뒤에는 480Mbps부터 80Gbps까지 167배의 폭이 있고, 60W부터 240W까지 4배의 폭이 있습니다. 모양만 보고는 어느 칸인지 알 수 없습니다.
| 항목 | 독자 단자 | USB-C |
|---|---|---|
| 모양이 능력을 보장하는가 | 그렇다 | 아니다 |
| 한 모양이 담는 속도 폭 | 제조사가 정한 한 값 | 480Mbps에서 80Gbps, 167배 |
| 한 모양이 담는 전력 폭 | 제조사가 정한 한 값 | 60W에서 240W, 4배 |
| 능력을 알리는 방법 | 구멍에 맞으면 된다 | 케이블 표시, 유럽연합은 표시 의무화 |
| 액세서리 통제 | 제조사 인증 | USB-IF 인증, 선택 사항 |
| 유럽연합 규제 | 2024년 12월 28일부터 12개 품목 불가 | 의무 단자 |
그래서 핵심 문장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독자 단자가 케이블을 갈아 치우게 한 것은 횡포이기 전에 모양으로 능력을 보장하려던 방식의 대가입니다. USB-C에서 케이블이 헷갈리는 것은 표준의 실패가 아니라 모양을 통일한 대신 능력을 표시로 넘긴 결과입니다. USB-IF가 인증 케이블에 속도와 와트를 숫자로 찍고 유럽연합이 충전 특성 표시를 의무로 둔 것은 그 넘김을 메우는 조치입니다. 규격을 만든 쪽이 어느 자리를 봤는지가 결과를 가른다는 점은 HDMI와 디스플레이포트를 비교한 글에서 본 구조와 닮았습니다.
반론 - 숫자의 크기를 같이 봐야 합니다
첫째, 980톤은 11,000톤의 약 9퍼센트입니다. 버려지는 충전기 전체가 11,000톤이고 이 지침이 줄이는 몫은 그중 980톤이라고 집행위원회 스스로 적었습니다. 단자를 통일한다고 충전기 폐기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충전기 없이 파는 조항이 그 몫의 대부분을 만듭니다.
둘째, 같은 구멍에 167배의 폭이 있다는 사실은 실제 불편입니다. 독자 단자 시절에는 없던 숙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케이블에 찍힌 숫자를 읽어야 합니다. 표시 의무가 생긴 이유 자체가 그 불편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표준도 누군가가 정합니다. 240W와 80Gbps라는 상한을 정한 곳은 USB 프로모터 그룹이라는 몇몇 회사의 모임입니다. 개방 표준이라는 말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뜻이지 누구나 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독자 단자와 표준 단자의 차이는 통제의 유무가 아니라 통제의 위치입니다.
결론 -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면 되는가
USB-C 케이블을 사실 때는 모양이 아니라 숫자 두 개를 보시면 됩니다. 속도와 와트입니다. 충전만 하실 거면 낮은 속도의 케이블로 충분하고, 노트북에 화면과 전원을 한 줄로 넣으실 거면 높은 속도와 100W 이상이 찍힌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240W는 그에 맞는 케이블이 따로 있습니다.
아직 독자 단자 기기를 쓰신다면 서두를 이유는 없습니다. 그 단자 안에서는 모양이 곧 능력이므로 케이블 고르는 숙제가 없습니다. 다만 다음 기기부터는 유럽연합 기준으로 12개 품목이 USB-C로 넘어왔고 노트북도 2026년 4월부터 그렇게 됐으니, 새로 사는 케이블은 숫자가 찍힌 것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결국 이 비교는 개방과 폐쇄가 아니라 약속의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모양으로 약속하면 케이블이 늘고, 표시로 약속하면 읽을 것이 늘어납니다. 어느 쪽 숙제가 덜 귀찮으신지가 답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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