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 8, 속도가 아니라 안정성
새 무선 규격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몇 배나 빨라졌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Wi-Fi 8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얼마나 끊기지 않는지를 답하려 합니다.
Wi-Fi 6과 7은 속도를 향해 달렸습니다
Wi-Fi 6은 2.4기가헤르츠와 5기가헤르츠 대역을 지원하며 고밀도 환경의 효율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1024-QAM으로 데이터를 압축해 이전 세대보다 속도를 25퍼센트 높였고, 채널 대역폭을 80메가헤르츠에서 160메가헤르츠로 두 배 넓혔습니다.
Wi-Fi 7은 6기가헤르츠 대역을 더하고 초고속 데이터 처리량을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4096-QAM과 320메가헤르츠 채널, 그리고 여러 주파수 대역을 하나처럼 묶어 쓰는 멀티 링크 동작이 대표 기술입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10월 6기가헤르츠 대역을 비면허 주파수로 개방하며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기술 지표와 체감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습니다. 4096-QAM은 매우 높은 신호 대 잡음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링크 거리가 짧습니다. 320메가헤르츠 채널 역시 6기가헤르츠 대역에서 서로 겹치지 않는 채널 수가 제한적이어서 간섭과 재사용 효율이 떨어집니다.
더 근본적인 물음도 남았습니다. 일반 사용자가 초당 10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를 실제로 필요로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산업과 공공 영역에서는 학교 무선망을 중심으로 Wi-Fi 7 전환이 빠르지만, 가정용 시장은 여전히 Wi-Fi 6이 중심입니다.
규격이 좋아지는 일과 사용자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을 이 세대가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Wi-Fi 8의 열쇳말은 초고신뢰성입니다
Wi-Fi 8의 표준명은 IEEE 802.11bn이며 2028년 5월 표준 공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핵심 개념은 최고 속도가 아니라 초고신뢰성입니다.
이 방향은 말이 아니라 숫자로 적혀 있습니다. 표준화 작업의 목표 문서가 내건 개선 목표는 세 가지이며 모두 Wi-Fi 7과 견준 값입니다. 같은 신호 환경에서 처리량을 25퍼센트 높이고, 지연 시간은 가장 느린 5퍼센트 구간을 기준으로 25퍼센트 줄이고, 접속점을 옮길 때 생기는 패킷 손실도 25퍼센트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최고 속도를 얼마나 올리겠다는 항목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잘 나올 때의 수치가 아니라 안 나올 때의 수치를 목표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검토 중인 기술도 방향이 분명합니다. 여러 액세스포인트가 협력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동작하는 다중 AP 운용, 주 채널이 사용 중이면 보조 채널을 먼저 쓰는 비주채널 접근, 간섭이 발생한 구간만 제외하고 나머지 대역을 계속 활용하는 동적 부대역 운용이 대표적입니다. 단말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패킷 손실을 줄이는 심리스 모빌리티 도메인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AI 확산이 이 변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기존 단말은 필요할 때만 데이터를 주고받았지만, AI 에이전트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외부 시스템과 상호작용합니다. 대역폭 확대보다 연결 안정성과 낮은 지연, 전력 효율이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그 계산을 기기 안에서 할지 서버에 맡길지에 따라 무선망에 걸리는 부담도 달라집니다. 두 방식이 무엇을 주고받는지는 로컬 AI와 클라우드 AI를 비교한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표준보다 칩이 먼저 나왔습니다
표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칩셋은 이미 공개되고 있습니다. 퀄컴은 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한 통합 칩셋을 선보였고, 브로드컴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네트워크 프로세서, 라디오를 단일 칩에 통합한 제품군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5G 모뎀과 브로드컴의 Wi-Fi 8 칩을 결합한 고정형 무선접속 레퍼런스 플랫폼을 발표했습니다.
업계는 Wi-Fi 8이 Wi-Fi 7과 물리 계층 규격 차이가 크지 않아 하드웨어 변경이 적고, 그만큼 상용화가 예상보다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여러분의 공유기는 어느 세대입니까. 그 다음 이야기인 엔비디아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세 갈래의 도전은 이어지는 글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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