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vs 멤브레인, 수명 10배
같은 글자를 치는데 손끝에 남는 느낌이 전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기계식과 멤브레인의 차이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 전에, 두 방식이 무엇을 지키려고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부터 보겠습니다.
다행히 같은 회사가 양쪽을 모두 만들고 사양을 공개해 둔 사례가 있습니다. 독일 체리는 기계식 MX 스위치와 멤브레인 키보드를 함께 생산하며 두 방식의 수치를 각각 공개합니다. 같은 곳이 같은 방식으로 적어 둔 숫자라 비교에 쓸 수 있습니다.
손끝이 쓰는 것은 앞의 2밀리미터입니다
체리가 공개한 기계식 기술 설명과 제품 사양을 보면 MX2A 레드의 값은 이렇습니다. 총 이동 거리는 4mm이고, 신호가 전달되는 지점은 2mm이며, 그때 필요한 압력은 45cN입니다. 누르기 시작하는 순간이 30cN이고 바닥까지 눌렀을 때가 100cN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4mm 가운데 절반인 2mm에서 이미 신호가 갔다는 사실입니다. 나머지 2mm는 글자가 입력된 뒤에 손가락이 더 내려가는 거리입니다. 기계식을 쓰면 손가락이 덜 피로하다는 말은 여기서 나옵니다. 바닥까지 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 축 | 작동 압력 | 초기 압력 | 작동 지점 | 총 이동 거리 | 수명 |
|---|---|---|---|---|---|
| MX2A 레드 | 45cN | 30cN | 2mm | 4mm | 1억 회 초과 |
| MX2A 블루 | 50cN | 25cN | 2.2mm | 4mm | 5,000만 회 초과 |
| MX 사일런트 레드 | 45cN | 공개 없음 | 1.9mm | 3.7mm | 5,000만 회 초과 |
세 축의 차이는 표에서 보면 작습니다. 압력은 45cN과 50cN 사이이고 작동 지점은 1.9mm에서 2.2mm 사이입니다. 그런데 이 0.3mm와 5cN이 손끝에서는 다른 물건처럼 느껴집니다.
멤브레인 쪽은 이런 값이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러버돔은 고무의 두께와 형상으로 힘이 정해지고 제품마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체리의 멤브레인 기술 설명은 구조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키를 누르면 아래의 러버돔이 눌리고, 그 돔이 도전막과 전기 접점을 닫아 신호가 만들어집니다. 접점이 닫히는 위치가 돔이 무너진 뒤라는 뜻입니다.
미러 이미징 - 서로를 자기 손끝으로 잽니다
기계식을 쓰는 사람이 멤브레인을 두고 하는 말은 비슷합니다. 물컹해서 언제 입력됐는지 알 수 없다, 오래 쓰면 키가 죽는다, 결국 싸구려라는 것입니다.
멤브레인을 쓰는 사람의 말도 정해져 있습니다. 시끄러워 사무실에서 못 쓴다, 두껍고 무거워 들고 다닐 수 없다, 키보드 하나에 그 값을 왜 쓰느냐는 것입니다.
두 평가 모두 상대가 자기와 같은 목표를 놓고 만들어졌다고 가정합니다. 한쪽은 타건감과 수명을, 다른 쪽은 조용함과 값과 두께를 최고 목표로 두고 상대가 거기에 못 미쳤다고 봅니다. 상대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상대에게 대 본 것입니다.
기계식이 반드시 시끄럽다는 말도 사실과 다릅니다. 체리 MX 사일런트 레드는 작동 압력 45cN에 작동 지점 1.9mm, 총 이동 거리 3.7mm로 감쇠 구조를 넣어 소리를 줄인 축입니다. 시끄러운 것은 기계식 전체가 아니라 특정 축입니다.
기계식과 멤브레인을 가른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키 하나를 독립 부품으로 둘지 시트 한 장에 묶을지에 대한 결정입니다. 두 렌즈의 정의는 핵심이론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알로센트리즘 - 기계식은 부품을, 멤브레인은 시트를 지킵니다
체리가 기술 문서에 밝힌 방식별 최대 수명은 이렇습니다. 멤브레인이 키 하나당 1,000만 회,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시저가 2,000만 회, 기계식 MX가 1억 회입니다. 양 끝이 열 배 차이입니다.
이 숫자를 사람의 시간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한 키를 하루 1,000회 누른다고 가정하면 멤브레인은 약 27년, 시저는 약 54년, 기계식은 약 274년이 나옵니다. 실제로는 스페이스바처럼 눌림이 몰리는 키가 있어 편차가 크지만, 크기를 가늠하는 데는 쓸 만합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멤브레인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1,000만 회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뒤 그 판단 위에서 다른 것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멤브레인의 구조는 시트입니다. 키가 몇 개든 아래에 깔리는 것은 회로가 인쇄된 얇은 막 몇 장입니다. 부품 수가 키 개수를 따라 늘지 않으므로 원가가 내려가고,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으며, 먼지와 액체가 파고들 틈이 줄어듭니다. 대신 막 한 곳이 상하면 그 판 전체를 갈아야 합니다.
기계식의 구조는 부품입니다. 키 하나가 스위치 하나이고 그 안에 금속 접점과 스프링이 들어 있습니다. 부품이 독립이므로 하나가 죽으면 그것만 바꾸고, 축을 갈아 손끝 느낌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1억 회라는 수명은 그 자체가 목표였다기보다, 키를 독립 부품으로 만들고 금속 접점을 쓴 결과 따라온 값에 가깝습니다. 대신 키 개수만큼 부품이 늘어 값과 두께와 무게가 함께 올라갑니다.
그래서 핵심 문장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멤브레인이 물컹한 것은 만들다 만 결과가 아니라 시트 한 장으로 전부 처리하기로 한 결정의 대가입니다. 기계식이 비싸고 두꺼운 것은 욕심이 아니라 키 하나를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든 값입니다. 무엇을 기본으로 둘지가 결과를 가른다는 점은 크롬과 사파리를 비교한 글에서 본 구조와 닮았습니다.
반론 - 수명 숫자는 생각보다 덜 중요합니다
첫째, 키보드가 실제로 버려지는 이유가 스위치 마모인 경우는 드뭅니다. 쏟은 음료와 먼지, 끊어진 케이블, 고장 난 회로가 먼저 옵니다. 274년이라는 환산값은 마모 한계이지 사용 기간이 아닙니다. 1억 회를 근거로 값 차이를 정당화하는 설명은 이 점을 빼놓습니다.
둘째, 기계식이면 무조건 1억 회라는 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같은 체리 안에서도 구형인 MX1A 레드는 5,000만 회를 넘는다고 적혀 있고 신형인 MX2A 레드가 1억 회를 넘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MX2A 블루는 여전히 5,000만 회 기준입니다. 세대 차이는 수명에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접점이 튀는 시간도 구형은 5ms 미만, 신형은 1ms 안팎으로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셋째, 조용하고 얇은 것을 원한다고 해서 멤브레인만 남는 것도 아닙니다. 시저 방식은 최대 2,000만 회로 멤브레인의 두 배이고 이동 거리가 훨씬 짧습니다. 기계식과 멤브레인을 양 극단에 세우는 구도 자체가 선택지를 좁힙니다.
결론 -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면 되는가
소리가 남에게 가는 자리에서 쓰시거나 자주 들고 다니셔야 한다면 멤브레인이나 시저가 맞습니다. 시트 구조 덕분에 얇고 가볍고 조용하며, 1,000만 회에서 2,000만 회면 한 대를 쓰는 기간에 모자랄 값은 아닙니다. 대신 어느 한 곳이 고장 나면 부분 수리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셔야 합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글자 치는 데 쓰신다면 기계식이 유리합니다. 2mm에서 신호가 가므로 바닥까지 치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손가락에 실리는 힘이 줄어듭니다. 축은 압력과 작동 지점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45cN 리니어인 레드는 가볍고 걸림이 없고, 50cN 클릭인 블루는 입력되는 순간이 손끝과 귀에 함께 옵니다.
결국 판단 기준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키 하나가 죽었을 때 그것만 갈아 끼우고 싶으신지, 아니면 그럴 때는 통째로 바꾸는 편이 낫다고 보시는지입니다. 두 방식의 값 차이는 사실상 그 질문에 매긴 값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QR 결제와 NFC 결제를 놓고, 같은 결제인데 왜 한쪽은 가맹점이, 다른 쪽은 단말기가 기준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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